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 후 재취업하려는 신(新)중년 세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6일 한국고용정보원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중년 취업자는 1089만7000명으로, 전체 신중년의 69.2%를 차지한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데 반면, 정년퇴직 나이는 유지된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지에 대한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다. 오는 2025년에는 20.6%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초고령사회’ 시작이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속도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도달 연수가 7년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53년)·영국(50년)·미국(15년)·일본(10년)보다 빠르다.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고령자의 특성과 의식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74세 59.6%, 75~79세는 39.4%가 장래 근로를 희망했다. 10년 전보다 각각 11.9%포인트, 1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나타난 변화다.

고용률도 상승했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보고서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 증가 현황과 원인 및 시사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용률은 2012년 30.1%에서 작년 36.2%로 증가했다. 작년 65세 이상 취업자는 336만5000명으로 2018년부터 매년 평균 9% 증가했다. 80세 이상 취업자는 같은 기간 20만4000명에서 작년 37만6000명으로 연평균 16.5%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연평균 0.9% 늘어난 데 비해 상승세가 가파르다. 절반 가량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79세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가 51.7%였다. 8%는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라고 답했고, 나머지 40.3%는 ‘기타’로 분류됐다.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작년 65세 이상 취업자 중 남성은 49.5%가 상용·임시·일용직 등 임금근로자였다. 나머지는 고용주·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로, 자영업자가 44.2%로 가장 많았다. 반면 여성은 임금근로자가 63.5%에 달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니다. 임시직이 45%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진희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심화하면 고령층 취업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고령자가 과거 자신의 주된 경력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러한 수요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경력형 일자리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만 50~69세 미취업자에게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 일경험 및 민간일자리로의 재취업을 지원한다. 각 자치단체가 사업을 설계해 신청하면 고용노동부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내년에는 123개 자치단체에서 455개 사업 3000명 규모로 추진된다.

다만 정년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에게는 경력을 살려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 단순노무직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령별 단순노무직 비중을 살펴보면 신중년이 26.3%로 가장 높다. 정부와 각 지자체 등이 신중년을 대상으로 마련한 구직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취업활동을 지원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지방공무원 A씨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경력을 살려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관련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경력은 풍부하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일자리가 잘 구해지지 않는다”며 “퇴직 후 재취업한 주변 지인들 역시 경력을 살리기보다는 단순노무직이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일보(http://www.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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