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 짜기 방식의 정책에도 일자리는 줄고 노동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자동화·온라인 비중의 확대에 따른 것인데 정의로운 전환 분야 확대와 기본소득 도입 검토 등 이른바 '인간다움' 유지를 위한 장기적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 셀프 계산대 = 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는 최근 "2018년 이마트에 셀프 계산대가 도입된 뒤 4년 여 동안 147개 점포에서 1천여 개 가량이 설치됐고, 같은 기간 계산원은 1100여 명 감축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그러면서 "이마트 측이 34%의 셀프 계산대 처리율을 50%까지 확대하려고 한다"며 계산원들의 추가 실직을 걱정했다.

# 하이패스 = 고속도로 하이패스로 인한 요금 수납원 실직은 지난 10년 내내 현재 진행형이다. 대법 판결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측의 '2015년 이 후 입사자 고용 유지' 방침이 있었지만,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농성과 무기한 단식 등 전국 곳곳에서 매년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공사 직접 고용과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등의 논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 문제로 볼 수 있다.

# 대형마트 대신 부동산 = 대전지역 7개 홈플러스 중 매각되거나 폐업을 앞둔 3곳 부지에는 오피스텔이나 초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점도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됐다. 전국적 현상이다. 대전의 향토 기업인 세이백화점도 최근 매각됐다. 역시 주상복합이 추진 중이다.

온라인 유통시대, 상업지구 노른자위 땅을 팔아서 돈을 벌거나 부동산 개발해서 남기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인데, 문제는 일자리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1374명에 달한다.

# 노동의 종말 혹은 노동의 질 저하 = 자동화·온라인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오래된 불안'은 4차 산업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텔레마케터, 택배, 주유소, 환경 미화원 뿐 아니라 의료와 법률 상담 등 전문 영역도 포함된다. 이른바 노동의 종말 혹은 노동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다. 전문가들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강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 인간다움 = 자본 권력의 방향 전환에 정부와 노동계의 대응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불매 운동 등 소비 권력의 저항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노동 수입 감소에 따른 소비 축소, 경기 침체 등의 악순환을 우려한다.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도 강조한다.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김세환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가 실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 세대는 어쩌면 더 어려움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라며 "일부 산업분야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을 확대하거나 기본소득 제도 도입, 산업분야별 최저 임금 차등 적용, 융복합 교육 등 장기적 과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계 역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투쟁도 중요하지만, 사라지고 위축되는 노동시장에 대한 대책에도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798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