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 쉴 집이 있다는 것. 얼마나 큰 행복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셨습니까?

거리의 노숙인과 달리, 일을 하고 있지만 마땅한 거처가 없이 이곳저곳 떠도는 사람들, 이른바 ’워킹 홈리스’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깔린 새벽에 환하게 불을 밝힌 두리인력 회사 사무실.

하루 일감을 얻으려 새벽부터 달려온 근로자들로 입구부터 꽉 찼습니다.

<녹취> "선릉역 4번 출구로 가요. 단가는 8만 원이고, 8시까지입니다."

일감을 배정받고 서둘러 일터로 향하는 43살 심우철 씨.

거듭된 사업 실패로 일용직 근로에 나선지 6개월째입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두 자녀는 부모님댁에 맡겨 놓고, 자신은 하룻밤 6천 원, 찜질방을 거처로 잡았습니다.

<인터뷰> 심우철(일용직 근로자) : "힘들죠 피곤하고,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찍 나와야 되니까..."

고된 하루 일을 마친 일용직 근로자 김 모씨가 향하는 곳 역시 집이 아닌 여관방입니다.

15살 된 중학생 딸과 함께 석 달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일당에서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남는 건 5~6만 원, 하루 만 5천 원 하는 여관비 감당하기도 벅찬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씨(일용직 근로자) : "부도가 나버리니까 완전히 흙탕물이에요. 아무 것도 찾을 게 없는 거예요. 마누라 이혼하고 자식 하나 데리고 갈팡질팡하다..."

여관방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한 다방.

밤이 되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벽에 걸린 TV를 향해 다닥다닥 늘어선 의자들, 깊은 잠에 빠진 사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환기는커녕 마땅히 씻을 곳도 없지만 다방은 그나마 가장 싼 값에 잠자리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녹취> 다방 주인 : "낮엔 2천5백 원, 밤엔 3천 원. 돈 떨어져서 일도 없고 하면 그때 여기를 오는 거예요. 이게 아주 제일 하위에 해당하는 거죠."

한국도시연구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비주택 거주민 207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집없이 떠도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건설일용직이나 공공근로자들, 이른바 ’워킹 홈리스’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머무는 곳, 쪽방과 고시원, 비닐하우스가 가장 많았고, 여관, 다방이나 만화방 같은 다중이용업소 순이었습니다.

고된 노동과 낮은 임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

최소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만 될 뿐, 정확한 실태가 파악된 적은 없습니다.

<인터뷰> 김현옥(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 "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현황은 어떤지 정부 차원에서 인식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것과 연결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 정책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제라도 거리로 내몰릴 수 있는 불안한 나날 속에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사람들.

무보증 월세 등 주거 대책과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 정기적인 의료 지원과 심리 치료 등 이들의 재기를 도울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